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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퇴장

puritan/장도영 2017-06-02 11:35:1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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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태생 피아니스트 <제랄드 무어>라는 분이 있습니다. 

1987년에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피아니스트인데 특이한 점은 
 
 
일생 동안 단 한 번도 독주회를 갖지 않고 
 
 
오직 평생을 성악가들의 반주자로 보낸 피아니스트라는 점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음반 중에 1967년 2월 제랄드 무어의 은퇴를 기념하여 
 
 
그동안 그와 함께 공연해 왔던 
 

빅토리아 데 로스 앙헬레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 

세 명의 그 시대 최고 성악가들과 함께 한 실황연주 음반이 있습니다. 
 

그 곳에서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독주 연주를 하고는 관객들에게 

“Am I too loud?” “내가 너무 시끄러웠습니까?”하고 물어 
 
 
폭소를 자아내는 장면이 있습니다. 
 
 
자신의 고별 무대에서 조차도 여전히 성악가들을 돕는 반주자임을 그는 잊지 않았습니다. 
 

반주자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같은 무대에서 연주를 해도 청중의 갈채는 
 
 
독창자나 독주자에게 돌아가는 그림자 같은 존재입니다. 
 
 
연주곡도 자기 마음대로 고를 수 없는 늘 그늘에 묻혀 있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뜻을 품고 악기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또한 재능이 탁월하고 충분히 훈련받은 피아니스트라면 
 
 
반주자가 되기보다 독주자가 되기를 꿈꿀 것입니다. 
 
 
제랄드 무어의 경우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뜨렸습니다. 
 

자신만의 음반을 낸 적이 없고 일평생 반주자의 위치를 고수했던 사람이지만 
 
 
그는 위대한 피아노 반주자 였습니다. 
 

디스카우, 분덜리히, 슈바르츠코프 같은 성악가는 물론 거장 카잘스. 
 
 
드 프레 같은 연주자들도 그와의 연주를 영광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는 자기의 반주가 성악가들의 노래에 누를 끼치지 않을지 늘 염려 했다고 합니다. 
 
그의 일화는 문득 “그는 흥해야 하겠고 나는 쇠해야 하리라”(요한3:30)고 했던 
 
 
세례 요한을 떠올립니다. 
 
 
세례 요한은 자신을 위해 살기보다는 주님을 세우기 위해 자신을 철저히 낮춘 사람입니다. 
 

이것이 세례 요한의 위대함입니다. 
 
 
성공 강박에 사로잡힌 시대,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돋보이게 하고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겸손한 사람이 많을 때, 
 
 
자기를 버리고 주님의 뜻을 앞세울 때 
 
 
비로소 주님의 교회가 되며 하나님나라는 확장되어 갑니다. 
 

능력있는 사람들은 지천에 넘쳐나는데...
 
 
 
위대한 사람이 그리워지는 시대입니다. 
 
오늘도 나는 감히 
 
위대한 퇴장을 꿈꾸며 겸손히 하루를 엽니다.